사운드·해골 시리즈 대표작 10여 점 선별, 대구 전위미술 1세대 작가의 사유 집약
미공개 대형 설치 ‘시간의 거울 4’ 첫 공개, 2월 28일까지 전관 무료 전시

▲ 포스터
▲ 포스터

대구 동구에 자리한 권정호미술관이 지난 23일부터 네년 2월 28일까지 상설전 ‘SOUND & SKELETON’을 연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1983년을 기점으로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속해 온 ‘사운드(Sound)’ 시리즈와 ‘해골(Skeleton)’ 시리즈 가운데 주요 작품 10여 점을 선별해 선보인다. 전시는 4층 제2전시실과 6층 옥외 전시실에서 동시에 진행되며 관람료는 무료다.

이번 상설전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다. ‘소리’와 ‘뼈대’라는 두 개의 핵심 기호를 통해 현실의 사회적 불안과 공포, 죽음이라는 묵직한 명제를 응시해 온 작가의 사유가 오늘의 감각으로 다시 읽힌다. 작품들은 구상과 추상을 넘나들며 인간 존재의 내부 구조, 즉 보이지 않는 정신의 골격을 드러낸다.

권정호는 1970년대 이후 대구 전위미술의 흐름 속에서 출발해 국제 현대미술의 동시대적 언어를 흡수하며 독자적인 작업 세계를 구축해 온 대구 1세대 원로 작가다. 회화, 설치, 영상 등 매체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의 작업은 늘 현실과 불화하며, 시대가 만들어낸 불안과 인간 실존의 문제를 집요하게 호출해 왔다.
 

▲ ★Sound 84 (Rulrer.Speaker.Wood)_1984_mixed media_198x406cm
▲ ★Sound 84 (Rulrer.Speaker.Wood)_1984_mixed media_198x406cm

‘해골’은 그의 작업에서 죽음의 표상이자 삶의 역설이다. 닥종이, 신문, 네온사인 등 일상적이면서도 상징적인 재료로 형상화된 해골은 개인의 유한성을 넘어, 인간이 축적해 온 문명과 기억의 덧없음을 환기한다. 그것은 공포의 이미지라기보다, 끝내 사라질 수밖에 없는 존재가 남기는 침묵의 증언에 가깝다.

‘사운드’ 시리즈에 등장하는 스피커 형상 역시 주목할 만하다. 나무와 자를 결합해 만든 설치 모형과 회화 속 스피커 이미지는 현대 사회를 뒤덮은 소음과 과잉 정보, 불안의 메타포로 기능한다. 들리지 않는 소리, 혹은 너무 많은 소리 속에서 상실된 침묵은 이 전시의 또 다른 주제다. 소리는 형태를 갖지 않지만 작가는 그 비가시성을 구조로 만들고 골격으로 세운다.

이번 전시의 특별한 지점은 그동안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던 6층 옥외 전시실의 대형 설치작품 ‘시간의 거울 4’(2017)가 처음 공개된다는 점이다. 하늘과 도시, 시간의 흐름을 반사하는 이 작품은 ‘사운드’와 ‘해골’이라는 두 축을 공간적으로 확장하며, 관람객을 사유의 외부로 이끈다. 내부 전시실에서 응축된 불안과 성찰이 옥외 공간에서 다시 호흡을 얻는 구조다.

‘SOUND & SKELETON’은 권정호 작업 세계의 핵심을 간결하게 집약한 전시다. 소리와 뼈대, 감각과 구조, 삶과 죽음이라는 오래된 질문들이 한 공간에서 교차하며 오늘의 관람객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시대는 변했지만 불안의 밀도는 줄지 않았다. 이 전시는 그 불안을 외면하지 않고 형상으로 견디는 한 예술가의 태도를 조용히 보여준다.